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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M과 세일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써내려갑니다.

세일즈는 뻔하다 : Part 1. 논리적 접근의 힘

'세일즈요, 되게 뻔해요. 정답이 있는 영역이에요.'

지난 겨울, 세일즈 업계에 종사 중인 지인과의 식사자리에서 들은 이야기다.

나는 영업사원은 아니지만, 세일즈 업계에 발가락 하나 정도는 담그고 있는 사람으로서 꽤 충격을 받았다.

"저는 세일즈만큼 논리적인 게 없어서 세일즈를 사랑해요."

그가 툭 던진 이 말은 내게 날카롭고 깊은 여운을 남겼다.

몇 개월간 정답을 찾아보려 애썼지만 쉽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직접 물어보기로 했다.

"그때 그 말씀 대체 무슨 의미인가요?"

이 질문에 답을 준 이는 B2B 영업 교육 기업 ‘세일즈클리닉’의 강철희 코치였다.

강철희 코치는 국내 대기업과 약 200개 이상의 스타트업의 경영 및 HR 자문, 세일즈 컨설팅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현재 CEO를 위한 경영 코치로 활동 중이며, 경영 코칭 기업 <시소컴퍼니>의 대표이사이자 <세일즈클리닉> 컨설팅 부문 이사로 일하고 있다.

그를 만나자마자 나는 가장 먼저 '세일즈에 대한 철학'을 물었다.

곧바로 그는 학문적 철학을 따질 일이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다.

'세일즈에 정답이 있다'라는 말은 철학적 접근이 아닌, 구조적 접근에서 나온 결론이라며 세일즈를 스포츠에 비유했다.

"흔히 '선수 출신 못 이긴다.’는 말이 있잖아요. 세일즈도 마찬가지예요.
아무리 감각이 뛰어나더라도 영업의 시스템과 역학을 체계적으로 배운 사람들의 성과를 따라잡긴 어려워요.

영업에 대한 선입견과 오해

흔히들 세일즈, 영업이라 하면 "대인관계가 좋아야 해." "말솜씨가 좋아야 해." "열정이 중요해." 라는 선입견이 따라붙는다.

하지만 강철희 코치는 이는 순서가 잘못된 이야기라 주장했다.

"예를 들면 라면을 끓이는데 물이 끓기도 전에 면을 먼저 넣는 격이에요. 허벅지가 가려우면 허벅지를 긁어야 하는데, 애꿎은 허리를 긁어서 피가 나고 있는 게 지금의 현실입니다."

후쿠다 야스타카의 더 모델 (IT 솔루션의 비즈니스 모델과 세일즈 프로세스에 관한 도서)

그의 이야기를 듣자, 도서<더 모델>의 저자 후쿠다 야스타카의 이야기가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후쿠다 야스타카가 오라클 미국 주재원 파견 시절, '일본인은 생산관리는 그토록 세심하면서 왜 영업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느냐'는 미국인 상사의 한마디에 그는 근처 대형 서점을 찾았다.

그리고 미국 대형 서점 한 코너에 세일즈 프로세스와 영업 관리에 관한 책이 가득 진열된 것을 보고 매우 놀랐다.

심지어 '전설의 영업 사원' 같은 무용담 위주의 내용이 아니라, 세일즈를 학문으로써 배울 수 있는 체계적으로 내용의 도서로 구성되어, 세일즈가 마치 경영학 일부처럼 취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 일본 세일즈 업계의 사례이지만 현재 한국 사회가 '영업'을 바라보는 시선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영업에 대한 대중의 선입견도 바뀌어야 하지만, 일단 업계 당사자들조차 세일즈가 지식이 있는 영역이라는 인식을 못 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라면 끓일 때 순서의 중요성을 예로 들었듯, 영업도 마찬가지에요. 요리할 때 순서가 바뀌면 맛이 180도 달라지잖아요.

기본기를 쌓고 단계에 맞춰 영업을 진행해야 하는데 애초에 인지조차 못하고 있으니까요.

영업 당사자는 순서가 헷갈리기도 하지만 애초에 세일즈에 어떤 단계가 존재하는지, 중요한 게 무엇인지도 제대로 배우지 못하니..

당연히 성과는 안 나고, 결국 많은 영업 조직이 상호 간 스트레스만 커지는 거죠."

특히나 그는 문제의 핵심이 영업 담당자가 아닌 관리자 혹은 CEO에게 있다고 짚어냈다.

영업 담당자 중 일부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깨닫기도 하지만, 결국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사람은 그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CRM도 마찬가지잖아요. 'CRM, 그게 있어야 해?' 라고 하는 CEO와 'CRM은 무조건 있어야지.' 라고 하는 CEO의 차이는 결국 '아느냐 모르냐'의 차이예요.

사실 CRM의 역할이 뭐고, CRM이 조직에 어떤 이익을 가져오는지 직접 본 사람들은 도입을 안 할 수가 없잖아요.

전부 지식이 없는 영역과 지식이 있는 영역에 대한 정보 불균형의 결과에요. 세일즈도 마찬가지고요."

세일즈도 기본기가 필수다.

강 코치는 세일즈가 경영이라는 직무의 하위에 속해있는, 인사나 총무와 마찬가지로 그저 교과서적 기본기가 존재하는 평범한 직무 중 하나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그에게선 아쉬움과 갑갑함이 묻어나왔다.

강 코치는 이내 세일즈가 왜 논리적일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이론적 토대를 간략히 설명해 주겠다고 나섰다.

"세일즈에는 기본적으로 이론적 기반, 즉 뼈대가 존재해요.

그 뼈대에 어떤 살을 붙이느냐는 산업적∙기업적 특성에 다른 약간의 변형이 있을 뿐이에요.

제가 세일즈 컨설팅 갔을 때 대부분의 기업이 '우리는 좀 특이해요'라고 하지만,

조금 더 깊이 살펴보면 세일즈 로직은 거의 같아요. 골자가 동일하다는 거죠."

세일즈의 골자가 같은 데는 다 이유가 있다고 한다.

“세일즈 직무 자체가 경영 직무와 맞물려 있기 때문에, 체계화에 대한 개념이 기본적으로 존재합니다. 체계화라고 함은 곧 데이터, 정보에 대한 이야기죠.

역시나 핵심은 ‘데이터’에 대한 이야기였다.

나는 데이터에 대한 중요성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면서, 왜 ‘세일즈는 논리적이다.’라는 명제와 연결 짓지 못했을까?

"여기서 데이터란 세일즈 활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을 의미해요.

고객에게서 얻어오는 모든 정보를 데이터로 표현하는 거죠.

그 모든 정보가 그룹화되고, 세분화되면 어떻게 될까요? 정보는 인사이트를 제공합니다.

정보가 방향성을 만들어 주고, 방향성에 따라 의사결정을 하면 굉장히 순도 높은 세일즈가 가능해지는 거예요."

<세일즈는 뻔하다 Part2 이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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